(시)미소가 눈을뜰때-시인 배효철

칠갑산에서 하는 칠갑을 보았다 -(2017 수정분)

배효철 (여산) 2017. 6. 14. 08:30


                                             

 

                        *칠갑산에서 하는 칠갑을 보았다.
                                                                                                              배 효 철


  항상 그랬지만 여행을 떠나는 날은 뭔가를 기대하며 설 레이게 된다. 이번 여행은 짧은 일정에 늦게 출발되어 가까운 칠갑산으로 가기로 했다. 허나, 온양쯤에서 어둑해져 일단 그곳에 하루 유숙하고 가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온양을 출발하여 칠갑산에 도착하여 우리는 바로 산마루에 도달, 곧장 칠갑산 산장으로 올라가 등반을 시작하였다. 산장에는 칠갑산의 히트곡이 확성기로 계속 울리고 있었다. "콩밭 메는 아낙네 야 ~~ "
  날씨가 좋지 않을 거란 일기예보는 있었으나, 조금 오르고 있을 무렵 슬슬 오는 빗 가락이 모자를 찾게 해서, 꺼내 달라고 하여 덮어쓰고 그래도 단풍이 좋아서 "좋다 조타"해가며 늙다리 걸음으로 슬슬 올랐다. 오르다 보니 빗줄기가 슬슬 굵어지고 내려오는 사람들의 걸음도 빨라지는데 그래도 우린 올라간다. 제법 겉옷을 적시는 정도 인 것 같더니, 안개가 자욱하게 산허리를 뒤덮고 있었다.
  집 사람은 "우산을 갖고 올걸"하며 후회하는 빛을 보이더니, 점점 표정에 안개가 덮어지고 있었다. "아니 이 사람아! 자네가 가는 길에는 비가 오기 마련이야. 용이 움직이는데 그냥 있을 라고" 해 가며 위로 농하는 척한다. 옆에는 애 궂은 겉옷만 툭툭 털어 가며, 알아듣지도 못 할 말만 궁시렁 구시렁거린다.
  중간쯤이다. 갑자기 번개 불이 번쩍이며 사람에게 겁을 주더니, 천둥이 칠갑산을 호령하였다. 몇 번을 큰소리로 이리저리 혼을 내더니, 바로 굵어진 빗줄기가 줄이어 내리고, 이내 진눈깨비로 변하여 오르는 사람의 기분을 을씨년스럽게도 한다. 이 사람은 도로 내려가고 싶은 심정인 모양이다. 나는 "! 정말 풍경 조타'하고 독려한다.
  중간지점의 휴식처 팔각정에 도착하니 옷이 흠뻑 젖어 있었다. 2층으로 올라서서 서로 털어 주면서 "! 제법 오네"하며 위로하고 있자하니, 애들 여러 명이 우러러 몰려와서 한바탕 떠들다가 바로 잽싸게 정상으로 향한다. 우리도 올라가자. 눈빛은 반기지 않지만, 제법 경사가 가파르기 시작하면서 눈바람은 힘을 더 주고, 날 세게 우리에게 덤벼들며 헤매 이었다. 옆 사람의 입가는 눈바람을 바로 맞으며 불평에 강도를 조금씩 높이고 있다. "아까 그냥 내려가자 고 하니 흥!" "이 사람아 이제 거의 다 왔어. 좀만 더 가면 정상이야! 아니 용이 올라오니 승천치 못하게 시험하고 있는 모양이지. 나 호랑이가 오르면 잠자게 될 거야! 좀만 참자! 이왕 온 거 정상에 오르고 가야지 보람 있지 않겠나!" 난 용에게 를 넣었다.
  정말 정상 가까이 갈수록 눈바람은 더욱 세게 휘몰아치고 깎아지른 작은 바윗돌 부리는 무섭기까지 하였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기후는 우리가 오르기를 막기라도 하겠다는 모양으로 기를 꺾어 놓으려고 한다. 우리는 손을 마주잡고 한 걸음씩 한발자국씩을 떼어놓으며 힘겹게 정상으로 향하였다. 의지에 한국인을 보여 주기라도 하겠다는 굳은 모습을 보이며, 네 발로 기다시피 하면서 눈보라 속을 헤 메어 오르고 또 오르고 올랐다. 높지도 않은 정상을 숨이 목에 걸리듯 힘겹게 오르고 있다.

  드디어 정상이다. 올라서고 보니 흰 하늘만 헹 히 보일 뿐, 이렇다 할 만 한 정상의 용두는 보이지 않았고, 세차게 내려 쌓인 흰 눈만 수북이 쌓여 있었다. 산정상의 찬바람은 더욱 세차게 우리를 휘 몰아 쏘아 대며, 마치 내주고 싶지 않은 자리를 빼앗기는 기분으로 밀어 붙이고 있다. 나는 아무도 없는 정상 중앙에 자리 잡고, 두 손 번쩍 들며, 나는 왔노라! 올랐노라! 하며 큰소리로 메아리도 없는 외침을 왜 쳐 보았다. 그래도 어디냐! 여기 위에는 하늘밖에 없다. 우리가 여기서는 제일 높은 곳에 있지 않는가? 이곳에 있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이 기분!

  그것도 잠시 우리는 썰렁했다. 당장 내려 갈 것이 고민이다. "! 아까 그냥 바로 내려갔으면 됐지"하며 투 덜되기 시작했다."이 사람아 그냥 슬슬 조심해서 내려가면 돼. 아직 미끄럽지는 않아! 걱정 마 내가 잡아 줄 테니" 우리는 조심조심해가며 발을 옮기고 눈짓으로 감싼다.
  가파른 비탈길을 거의 다 내려오니, 언제 그랬냐는 듯 눈바람이 멈추면서 햇빛이 쨍하였다. 정말 천국이 따로 없을 것 같았다. 산 정상으로부터 산 중간 오솔길까지의 흰 눈꽃가지의 절경은 무엇으로 형용하랴. 단풍으로 물들이 운 그 위로 하얀 눈가루를 덮어 온천지가 하얗게 꽃을 피운 천지가 되었다. 정말 올해 첫눈을 칠갑산에서 만났는데 이제 그 눈이 하얀 꽃으로 물들어져 나를 한 폭에 수채화속으로 넣어 버렸다. 정말 아름답다.

  우리는 흐뭇한 표정으로 발길을 옮기면서 산길 숲 사이의 짙은 안개 속을 헤쳐 내리며, 아마도 산중에서 산신령이 저벅 저벅이며 내려오듯이 우리는 오만가지의 멋을 풍기면서 내려 왔다. 그러다보니 좀 전과는 달리 가볍게 노랫말을 더듬이면서 '울어주던 산새 소리만 ~~~'읊고 부르며, 올라 갈 때, 그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명산에서 만이 느낄 수 있는 오늘의 이 변화무쌍하고 화려한 풍경을 충분히 만끽했다.
  "이보게! 언제 3억 벌어 이자 돈으로 놀러 다니겠나? 애들 다 출가했겠다. 그래도 힘 있을 때 다녀 봐야지. 이젠 삼십 만원만 생겨도 함께 가는 거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 마주보고 웃으며 위로하면서,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서로의 마음에 여유를 담고, 우리만의 추억바구니에 따뜻한 눈짓을 담을 수 있었다.

  "또 날 잡아 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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