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59

빈둥거리는 봄

-수채화 20호, 배효철 작.               빈둥거리는 봄                                       배효철   언제나 봄다운 봄이 오시려 나 하고기다린 지 하도 오랜데,   시간은 늘 상 변함없이 흐르고 지나고 있으나,찾아오는 봄님은 올 듯 말 듯,손가락질만 하고 있으니야속하기도 처량하기 짝이 없구나   늘 지나가던 그 자리 돌아 다 보면서언제쯤에나 얼굴 내밀고 인사해 줄 런지기다리며 지나쳐 온 날도 또한 무심하구나   힘겹게 오르는 산길에 기다리며 인내하고마음 달래면서 웅크리고 있던,참다못한 그 진달래빈둥거리는 봄에게 으름장 지르듯오늘 그 예쁜 꽃잎 살짝 열어 두었구나   강인한 진달래 기다림 지우고 꽃잎 열 듯,집에서 손에 물감 무치고 붓질하는 화려한 화백에게도 ..

어째 마음이 그러하네.

-유화  10호,  배효철 작.            어째 마음이 그러하네                                                 배 효 철   어째 마음이 그러하네   이 쯤 나이에 한해 두해 더 해 간다는 것은아직 담아 두는 것들이 그럭저럭 있겠으나마음에 둔 것조차 잃어 버려지는 것들도 제법 있을 터,   어쩌면 얻어지는 소중함보다도잃어 버려지는 아쉬움이 더 크기도 하겠네   허나, 갈 때 함께 안고 가는 것이 아닐 바 에야한해를 건널 때마다 힘겹다 싶은 것은그냥 내 버려도 되지 않겠나   청춘이 아닌 지금에도 무슨 욕심이 그리하여그때의 것들 버리지 못하고 아쉬워하며또 구하고 가슴에 담아 두려 하는 가   자! 버릴 것은 한 움큼씩 버려 보도록 하자그래서 마음을 풀고 남아..

셋째딸이 된 나의 며느리!

-유화 10호,  배효철 작.                        셋째 딸이 된 나의 며느리                                                                       배효철 지난해 봄인 가? 동방에서 찾아준 꽃 같은 아이가 있었으니이제 나는 그 아이를 우리 셋째 딸로 삼아 얻게 되었도다   나에게는 커다란 키에 잘생긴 생김으로 듬직하게 키운 아들 놈 하나가 있어그가 이 동방의 꽃을 고이 얻어 우리 집 안채로 데려오니향기가 가득한 꽃! 그가 나의 셋째 딸인 며느리 “박꽃나래”이다   두 딸들을 키워 본 아빠로서 “세 번째가 뭐가 그리 귀이하나?”라고하는 이가 있겠냐마는, 참으로 잘 가꾸어지고 향기가 그윽한 아이인지라나 또한 그를 보자,나의 세 번..

손 주

손 주                                          배효철 나의 분신들이 하나둘 짝지어 곁을 떠나게 되면서한시름 놓아 스스로 허전함 느끼고 있을 그럴 무렵   지나간 날들에는 미처 깨우치지도느낄 사이도 없었던 많은 것들이이젠 한없이 정겨운 미소 파묻은 흐뭇함으로,나를 찾아주었네   작은 손가락과 입가에는 은하수의 물결처럼 예쁜 사랑이 담기고그의 영롱한 눈빛에는 주님의 따뜻한 숨결이 묻혀 있는구나누군가 가 세월 속에 늙음이 조용한 서러움으로 찾는다고 노래하던데어찌 느끼고 억울할 사이도 없이 그들은 그렇게 반겨 찾아주는구나   젊은 시절, 잘 키워야한다는 의무적 사랑으로는도저히 눈을 뜰 수 없었던 것들이, 세월의 흐름으로 얻을 수 있는무조건적 사랑!   이러한 한없는 즐거움의 기..

배효철 60에 대수술 하다

배효철 60에 대수술하다 환하게 비치면서 내 눈 속으로 파고 들어온 그 빛은,생이 주는 삶의 신호였다. 3% 가능성의 잘못 될 수도 있다는,내 생애 첫 대수술은 그렇게 나를 깨웠다. 수술! 결코 생각지도 않던 말이다.최근, 다소 의심할 만한 사건들이 몇 차례 있으면서,차일 피 미루다 결심하고 큰 병은 아닐 것이라는혼자 생각에 저울질하며, 병원을 찾았다.   병원을 찾기 전까지만 해도, 나름대로 내 생각에는 이랬다.그 나마 십 수 년을 꾸준히 운동하고 건강관리를 한답시고,매일 스포츠센터로 수영과 헬스로 몸을 다지며,일요일에는 산우회 친구들과 함께 광교산을 찾으면서그래도 젊고 건강하게 산다고 자부하던 나이였기에,“뭐! 나에게 별일 있겠나?난 건강한 편이니까, 확인 차 검사나 한번 해 보자“하며 가까운 아주대..

마음 한켠으로

마음 한켠으로                                            배효철   쨍하고 빛이 타오르며나의 구질 한 입김은 하늘로 치솟고이제 우러러 크게 하품 해 본다   맑고 밝은 날들 기대어 하루를 품으며싱그러운 햇살에 몸과 마음 뜨겁게 태우라찾아주는 8월의 즐김 꿈꾸며,나는 크게 흥분 한다   우리의 삶이 그러 하듯,기대만큼은 이루어내지도,얻어내지도 못하지만,늘 넓다 란 기대 속에나를 얹어 놓고 저울질 한다   이제 서서히 하찮은 욕심 잠재우고주어진 사랑과 행복만으로 기쁨 얻어아직도 남겨진 따스한 정가지 것들내게 있다면   초복이 남긴 눅눅함 떨 추고말복에 뜨거운 열정 온 가슴 밀쳐 또 한 번 나를,나눔의 정 터에 펼쳐 두어 보리라.

제25회 가야회 송년회 밤 축하글

제25회 가야회 송년의 밤 축하 글 남쪽 땅 푸른 정기, 수로 왕께서 세우신 대가야국의 후예들!큰 뜻을 가슴에 담고 수원성에 입성하여, 한마음으로 태어난 날이 어언 25년의 역사로 오늘에 이르렀도다. 한창인 시절! 삶의 터를 닦고 펼치면서 고향의 냄새를 무쳐주고, 풍기며, 등 두드리면서 인생을 논하였던 그 젊은이들이, 이제 희끗한 색깔을 물들이고, 굵은 삶에 뿌리를 넓지 막 하게 펼쳐 놓았구나. 사연 많은 삶속에서도, 늘 다소곳이 옆에서 함께해준 이가 같이 하였기에,가야회의 오늘은 더 풍성할 수 있었도다. 고향을 수원성에 내려놓은 우리들의 역사. 이제는 앞가슴 풀어 헤치고, 편안한 넋두리로 나눔 하면서아직도 다 못 다한 정 풀이를 환한 미소로 서로 퍼 주가면서또 그렇게 정 붙이며 살아가리라. 가야회인들이..

얼마간 살다보니 이러네.

얼마간 살다보니 이러 네                                              배효철   사는 게 다 이런 건지는 몰라도,어느 정도 살았다 싶으니,그저 미안한 일이 더 많네사는 게 다 이러하지는 아닐 진데,나만이 느끼는 그런 삶인 가   집사람한테는 늘 편안하게 해 주지 못해서 미안하고아이들한테는 좀 넉넉하게 못해주니 미안하고친구들에게는 잘 나가주어야 하는데그러지 못하니 또 미안하고이래저래 미안한 것들이 더 많으니나는 참으로 딱 하도다   그럴싸하게 잘 풀리어, 마누라 육중한 몸매에 뭐 빛나는 거몇 개 걸치고 자랑 좀 하고 다니게 해 주고아이들 저 하고 싶은 거, 제대로 하게 팍팍 밀어 주고친구들한테는 그저 편안하게 베풀어 줄 수 있다면그 얼마나 재미있는 삶이 아니겠는 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