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미소가 눈을뜰때-시인 배효철

배효철 (여산) 2017. 4. 4. 09:12

                               


                      

                             

                           침
                                                                           배 효 철

생의 뒤안길을 걷다보면 종종 만나는 게 육신의 탈이 아닌 가.
옛 선현께서 “늙음은 병과 함께 사는 것이요 잘 구슬러 보내는 게 상책이라”
들은 바 있다. 그렇다고 찾아오는 이 친구를 쌍수 들고 반길 수만은 없는 바,
그래도 달래는 주어야 할 것이다.

어릴 때 번뜩이는 주사바늘에 놀라 울음보를 터뜨리던 그때를 아랑곳 않고
들어 닥친 님을 진정시키느라 시술선생 손에 들린 바늘통을 보고도 반기듯
인사하고 내 몸 전부를 펼쳐 놓는다.

무슨 무술영화에서 본 듯한 날렵한 묘기로 여러 개의 은빛바늘을 연거푸
소리도 없이 날려 꽂아 놓는데
용케 자리를 찾아 병열로 줄을 세워가며 혈 자리를 잡는다.
의법을 모르는 사람이야 별수 없이 맡기며,
수천 년에 걸쳐 행해진 우리 조상님의 지혜를 빌려 체험 해 본다.

그 신비함은 원인한 해당 자리뿐 아니라, 그 반대편까지 깃발을 꽂더라.
즉, 이해를 돕자면, 해당자리가 수원이면 부산에도 꽂고, 저쪽 목포에다가도
꽂아 무슨 영문인가 바보스럽게 여쭈니,
인체의 연결고리는 말초신경에서 중추신경계까지 무수하여서 한정된 부위가
아닌 반대편 저 멀리까지 경혈점을 찾아 자극을 주어 처지하는 것이라 하신다.

삶의 이치 또한 다를 바 없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물만 보지 말고 저 멀리
내다볼 수 있는 긴 안목을 가진다면 나름대로 훌륭한 인생길을 그어 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닌 가.
통증으로 그냥 지나쳐 버렸던 일깨움을 주는 한 수 배움을 얻는다.
삶도 고통도 다스림에는 원리가 다를 바 없구나.

이 날 침을 통하여 새삼 깨달음을 얻고, 님 도 다스리고 나도 깨우쳤다.
한 동안 바늘 침통과 친해 주어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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