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미소가 눈을뜰때-시인 배효철

헤아림

배효철 (여산) 2013. 4. 7. 11:45

 

수채화 8호, 배효철 작.

 

         헤아림

                              배효철

 

마음 한없이 벌려 놓고

이젠 그 모퉁이에 서서

차마 헤아려야 할

많은 순간들 앞에

어찌할 바 몰라

그저 가슴 태우며

한쪽 눈 모서리에 기대고

나는 희미하게 눈 내려 깐다

 

스쳐 지나간 사연들이

추억으로만 머물게 하고 싶어

고운 빛깔로 물 드리우고

책장 속으로 파묻어 놓으며

다시금 큰기침하고

빗장 문 따 놓는다

언제나 그래 하였듯이

어설픈 미소로 인사하면서

 

이제껏 모아 두었던 정들은

나의 칸칸이 함에 새겨놓고

이제나저제나 하고 두근거리는

내 모양만 앞에 놓고 애 태운다

 

줄이어진 순간들의 숱한 장면들은

아직 필름으로 남겨 놓은 채

언젠가는 멈춰 버려야 할

이야기임을 잘 알면서도

흘러 주는 그 노래는

채 끝나지도 아닌 것 같은데

괜 시리 이래저래 설레다

 

이제 앞가슴 풀어 헤치고

나는 큰소리로 노래하련다

무엇으로 우리는 사는가? 하고,

 

나는 큰소리로 노래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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