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지는 가을
배효철
한줄기 빗줄기 뿌려주고
하늘 어두운 채 그대로다
장마 지나고 늦게 찾아 온 된바람
몹쓸 놈의 줄기까지 엮어 와
우리 금수강산 이웃동네를
아주 쑥대밭 만들어 놓고
아직 부족한 건지
이른 아침 반갑지 않은
빗줄기 뿌리고 있어주니
여간 밉지 않는구나
몹쓸 놈 횡포의 상처
언제쯤 아물 수 있을 런 지?
모두 걱정 찬 소리
여기저기 하건만 그것도 눈치 못 챈
무리들 여전하고
정신없이 열어 둔 난도질
끗발 앞에 풀어두고
줄 세우기도 그리했으리라
아직 부족하다 기다리라
씩씩거린다
바람 난 덜 풀린 불쌍한 님
가을이 기다려진다
어쩜 그때쯤이면 좋은 일들이
생겨 질 것 같아 기다려지네
하늘에서 뿌려주면 주는 대로
지들 잘났다고 떠들면 떠드는 대로
힘줄 많아 줄 잘 서면서는 대로
그 꼴 다 어찌 보겠냐만,
가을에 주는 코스모스 향기 있기에
나는 그 내음 길게 맡고 언덕 누워
잠이나 한숨 푹 잤으면 좋겠다
가을이 기다려진다
아! 기다려지는 가을이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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