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미소가 눈을뜰때-시인 배효철

기다려지는 가을

배효철 (여산) 2013. 4. 7. 11:43

  

색연필화, 작은그림,

 

 

      기다려지는 가을

                                      배효철

 

한줄기 빗줄기 뿌려주고

하늘 어두운 채 그대로다

장마 지나고 늦게 찾아 온 된바람

몹쓸 놈의 줄기까지 엮어 와

우리 금수강산 이웃동네를

아주 쑥대밭 만들어 놓고

아직 부족한 건지

이른 아침 반갑지 않은

빗줄기 뿌리고 있어주니

여간 밉지 않는구나

 

몹쓸 놈 횡포의 상처

언제쯤 아물 수 있을 런 지?

모두 걱정 찬 소리

여기저기 하건만 그것도 눈치 못 챈

무리들 여전하고

정신없이 열어 둔 난도질

끗발 앞에 풀어두고

줄 세우기도 그리했으리라

아직 부족하다 기다리라

씩씩거린다

바람 난 덜 풀린 불쌍한 님

 

가을이 기다려진다

어쩜 그때쯤이면 좋은 일들이

생겨 질 것 같아 기다려지네

하늘에서 뿌려주면 주는 대로

지들 잘났다고 떠들면 떠드는 대로

힘줄 많아 줄 잘 서면서는 대로

그 꼴 다 어찌 보겠냐만,

가을에 주는 코스모스 향기 있기에

나는 그 내음 길게 맡고 언덕 누워

잠이나 한숨 푹 잤으면 좋겠다

 

가을이 기다려진다

아! 기다려지는 가을이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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