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미소가 눈을뜰때-시인 배효철

지워진 스케치

배효철 (여산) 2018. 2. 23. 08:11

 

-수채화 10호, 배효철 작.

 


             지워진 스케치

                                      배효철

 

나의 가슴속 얼음골 개랑

언제쯤 따스함이 가득 채워지려나

해찬솔 바람 얻어 데워진 입가에

비로소 미소 채워 가득 하려나

더듬는 내 마음속 허전함이

잃어버린 사랑을 갈망하듯

한층 바싹 다가서

더욱 가슴 한쪽 빈 곳 몰아세운다

 

며칠간 계속되는 빗방울이

점점 우울한 그늘 속으로 길잡이 하여

한 뼘도 안 되는 자그만 심장 테두리에

해오리 일으키며 파고 덤비구나

기다리는 마음도 허전함이요

그리움 또한 애달픈 허무 이건데

가슴 가득히 안아 누이며

입맞춤에 그림자 밟음이 고통으로 전해 온다

 

가림막 없는 한 데 서 있는

나는 엄부럭 거리는 아이처럼

망태기 둘러매고 갯벌에 쭈그리고 앉아

시키지도 않은 조개잡이에

여기저기 파헤치며

빈껍데기만 줍는 꼴사나운 자식 되어 운다

귓전으로 싸늘한 바람 뭉치가

탈 없는 빈 가슴 쌀쌀맞게 한다

 

허망함에 뭉쳐진 버릇없는 것들은

자발 맞기도 하다

무엇으로 전 할까 어떤 소리로 귀 열어 볼까

닫치어 있는 창문틀 속 비쳐온 불빛 그림자들

한없이 뜨거운 김으로 풍기며 소리할 뿐이다

괜한 허무인가

누구에게 더 준 것도 덜 준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어찌 이 공허함은 아무 탈 없이도 잉태하는가

색깔 없는 빈 마음은 아직도 이 자리 맴돌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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