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진 스케치
배효철
나의 가슴속 얼음골 개랑
언제쯤 따스함이 가득 채워지려나
해찬솔 바람 얻어 데워진 입가에
비로소 미소 채워 가득 하려나
더듬는 내 마음속 허전함이
잃어버린 사랑을 갈망하듯
한층 바싹 다가서
더욱 가슴 한쪽 빈 곳 몰아세운다
며칠간 계속되는 빗방울이
점점 우울한 그늘 속으로 길잡이 하여
한 뼘도 안 되는 자그만 심장 테두리에
해오리 일으키며 파고 덤비구나
기다리는 마음도 허전함이요
그리움 또한 애달픈 허무 이건데
가슴 가득히 안아 누이며
입맞춤에 그림자 밟음이 고통으로 전해 온다
가림막 없는 한 데 서 있는
나는 엄부럭 거리는 아이처럼
망태기 둘러매고 갯벌에 쭈그리고 앉아
시키지도 않은 조개잡이에
여기저기 파헤치며
빈껍데기만 줍는 꼴사나운 자식 되어 운다
귓전으로 싸늘한 바람 뭉치가
탈 없는 빈 가슴 쌀쌀맞게 한다
허망함에 뭉쳐진 버릇없는 것들은
자발 맞기도 하다
무엇으로 전 할까 어떤 소리로 귀 열어 볼까
닫치어 있는 창문틀 속 비쳐온 불빛 그림자들
한없이 뜨거운 김으로 풍기며 소리할 뿐이다
괜한 허무인가
누구에게 더 준 것도 덜 준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어찌 이 공허함은 아무 탈 없이도 잉태하는가
색깔 없는 빈 마음은 아직도 이 자리 맴돌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