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
배효철
흐른 세월이 가슴을 패고 회한으로 가득하다
아직도 그리움은 그곳에서 떨고
좀 더 헤아렸다면 그리 남아 있겠나
아이들이 한창 공부할 시기
나는 어머니에게 보람을 버린 아들로 남겼다
지금도 문득 그 영상이 솟구칠 때이면
더 없는 안타까움으로 파고 온다
어머니는 구교집안에 태어나
늘 기도 속에 삶을 채우셨다
이를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나는
자식들을 키우면서 영혼 없이 부닥친 일이다
그날 기말시험이라 혼을 쏟는 아이들에게
저녁 삼종기도를 올리자는 어머니
순간 나의 망가진 뿔은 헛 춤을 추고
혼을 지키려던 철딱지로 돌변
순간이다
어머니는 조용히 방으로 가신다
부주의 찰나는
온 집안을 어두 컴컴한 구석으로 끌고 갔고
그날은
서로 더 는 아무 말 없이 별자리만 세었을 뿐,
내 어머니는 아직도 그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