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미소가 눈을뜰때-시인 배효철

오진

배효철 (여산) 2018. 3. 15. 02:43



 
                       오진

                                          배효철

 

 

흐른 세월이 가슴을 패고 회한으로 가득하다

아직도 그리움은 그곳에서 떨고

좀 더 헤아렸다면 그리 남아 있겠나

 

아이들이 한창 공부할 시기

나는 어머니에게 보람을 버린 아들로 남겼다

지금도 문득 그 영상이 솟구칠 때이면

더 없는 안타까움으로 파고 온다

 

어머니는 구교집안에 태어나

늘 기도 속에 삶을 채우셨다

이를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나는

자식들을 키우면서 영혼 없이 부닥친 일이다

 

그날 기말시험이라 혼을 쏟는 아이들에게

저녁 삼종기도를 올리자는 어머니

순간 나의 망가진 뿔은 헛 춤을 추고

혼을 지키려던 철딱지로 돌변

 

순간이다

어머니는 조용히 방으로 가신다

부주의 찰나는

온 집안을 어두 컴컴한 구석으로 끌고 갔고


그날은

서로 더 는 아무 말 없이 별자리만 세었을 뿐,

내 어머니는 아직도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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