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미소가 눈을뜰때-시인 배효철

가을 옷을 벗고

배효철 (여산) 2017. 4. 1. 17:55

  

    


        가을 옷을 벗고
                                  배효철

늘푸른 마음으로
마을을 지켜주던 정자나무 한 그루,
계절이 남기고 간 싱그로운 선물을
하나 둘 떠나보내고
오늘 따라 외롭게 서있다

고운 노래를 불러주던 새들도 떠나고
지나가는 나그네들도 떠나고 없는데
누가 그를 위로 해 줄 것인가
뼈만 남은 사람처럼
깊숙한 가을 끝에 서있다

한 때 푹신한 자리를 내어주고
돌베개 자리삼아
쉬어갔던 나그네들의 보금자리,
재갈거리며 꽃을 피웠던
아이들의 놀이터,
햇살처럼 깔깔 대던 아낙들의 자리가
오늘 따라 더욱 춥게 보인다

누가 감기라도 들지 않게
거적이라도 덮어줄

사람이 있으면 좋았건만
내년 봄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 야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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