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미소가 눈을뜰때-시인 배효철

잔 영

배효철 (여산) 2017. 4. 1. 17:48

   

      



      잔  영
                      배효철

수채화 한 점이
가슴속으로 들어온다

창가에 앉은 달그림자,
아침을 기다리고 있을 즈음
문안해줄 태양은 보이지 않고
버릇없는 눈꺼풀이 바람에 출렁일 때
드리운 그림자 사이를 들여다본다

세월 속에 달빛처럼 앉아있는
사랑하나 주인 바뀐 문안 인사에
때 이른 심통을 부리고 있다
슬그머니 문을 닫고
나머지 잔상들을 주어모아
내 물음에 대해 청해듣는다

야성의 실루엣은 사라지고
우주 공간에 줄줄이 엮어놓은
인생 파노라마가
유유히 걸어 나와 몸을 맡긴다

긴 여로의 자국들을 더듬는다
어떻게 살아왔으며 무엇을 얻었는가
형형색색으로 물들여지고
어우러진 공간 속으로
투명한 화상이 유영하고 있다

삶의 공간 속에서
이정표가 보이지 않을 때는
살며시 눈을 감고 생각해본다
영혼의 시나리오가
연출 없는 드라마를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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