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미소가 눈을뜰때-시인 배효철

칠갑산에서 하는 칠갑을 보았다.

배효철 (여산) 2013. 4. 7. 11:41

                           *칠갑산에서 하는 칠 갑 을 보았다.
                                   
                                                                                                                             배효철

항상 그랬지만 여행을 떠나는 날은 뭔가를 기대하며 설 레이게 된다.

그저 집사람에게 약속한 여행 날을 지킨다는 구실이겠으나 사실은 내가 더 원하여 움직이는 여행이 아니겠나.

아침 출근하면서 직원들에게 혹여 월요일에 출근 못할 런 지 모르겠으니 잘들 하라고 타일러 놓고

 바쁠 이유도 없는데 그저 뭔가에 바쁜 듯 느끼며 마음속으로 일정을 정리하고 준비물들을 챙기고 있다.

3시경 퇴근하자마자 계획한데로 부산스럽게 야단을 떨면서 옷 갈아입고 챙기면서 준비해 놓은 가방에다

몇 가지를 쌓아놓고 있을 무렵 집사람도 퇴근길로 바로 도착했다 .

이 사람아! 저 사람아! 해가면서 준비물 잘 챙겨라 면서, 주섬주섬 집어넣고 완료, 준비 끝!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눈길을 맞추어 가며 여행길에 올랐다.

 우리 차로 여행키는 오랜만이라 집사람은 더욱 여유 있게 미소짓곤 한다.

 저번 여행지 제주도에는 비행기로 부산에는 기차로 갔었으나,

집사람은 비록 똥차라도 내가 운전하며 편히 가는 게 좋단다.

경부고속도로는 토요일 오후이니 만큼 예상하던 데로 꽉꽉 밀리고 있어 옆 사람보고도 내가

나를 위로한답시고 " 우린 시간 약속도 없는 만큼 서둘지 말고 그냥 기분 내고 천천히 가자!" 라고 해 놓고도

 너무 밀리고 있는지라 시간이 꽤 흘러 어둑해 져버렸다.

당초 계획은 전라도 남원 땅을 밟아 지리산을 가고자 했으나,

집사람이 근무가 있어 늦게 출발하는지라 변경하여 가까운 산인 노래 말의 주인공 칠갑산으로 가고자 했다.

천안을 빠져 나와 보니 이미 오후 6시가 휠 씬 지나 사방이 껌껌하였다.

이대로 칠갑산까지 갈려면 너무 시간이 걸릴 것 같아,

계획 변경하여 가까운 온양온천에서 하루 유숙하기로 마음먹고 온양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집사람도 무조건 오케이! 한참 찾아 당도한 곳이 대 온천장이 있는 인터 파크 호텔,

우린 그곳에 여장을 풀었다.

배도 출출하고 여행 첫날이라 뻐근하게 먹어 보리라 하고 둘러보았으나,

특별한 게 없는지라, 옆 사람이 슬슬 횟집으로 끌고 가네,

아니 이곳까지 와서 회를 먹나 생각했으나 특산물이 없는 곳이라 생각 들어

그냥 우리가 좋아하는 도미 회에 큰상 한 상 받아 쇠 주로 풀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나는 대 온천장으로 향하여 온천욕을 즐겼다.

역시 온천은 역사가 있는 온양이 괜찮은 것 같군.

온천물이 미끈미끈하여 잘 알지는 못하지만 꽤 좋은 것 같았다.

태종 임금이 다녀가셨고, 역대임금님들이 이곳에서 온천을 즐겨 섰다 고 하니 그럴 만 하군.

아침은 보신 차, 꼬리곰탕으로 채우고 우린 칠갑산으로 향했다.

한참을 돌고 돌아 칠갑산 산마루에 도착하고 곧장 칠갑산 산장으로 올라가

그곳에서부터 산장 길로 해서 등반하였다.

산장에는 칠갑산의 히트곡이 확성기로 계속 울리고 있었다. "콩밭 메는 아낙네야~~"

날씨가 좋지 않을 거란 일기예보는 있었으나,

조금 걸어가고 있을 무렵 슬슬 오는 빗 가락이 모자를 찾게 해서, 꺼내 달라고 하여 덮어쓰고 그

래도 단풍이 좋아서 "좋다 조타"해가며 늙다리 걸음으로 슬슬 올랐다.

정말 명산을 두고 하는 말이 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칠갑산에서 하는 칠 갑을 보았다.

이제 그 칠 갑을 여기 등반에서 찾아보기로 하자.

빗줄기가 슬슬 굵어지고 내려오는 사람들의 걸음도 빨라지는데 그래도 우린 올라간다.

 제법 잠바를 적시는 정도 인 것 같더니, 이젠 안개가 자욱하게 명산을 뒤덮고 있었다.

옆 사람은 "우산을 갖고 올걸"하며 후회하는 빛을 보이더니 표정이 뾰루뚱 해졌다.
난 "아니 이 사람아! 자네가 가는 길에는 비가 오기 마련이야.

용이 움직이는데 그냥 있을 라고" 해 싸며 위로해주나, 애 궂은 잠바 만 툭툭 털어 가며 불평 해된다.

이 와중에도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고들 있다.

허나 내장산으로 간 사람들보다는 우리는 충분히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곳은 오죽하랴! 낙엽에 쓸리듯 사람들에 밀릴 거다. 우리는 천천히 걷는 발자국 소리도 들리듯 하다.

땅에서 솟는 地氣가 나를 움직인다.

중간쯤일까? 갑자기 번개가 번쩍이며 사람에 겁을 주더니, 천둥이 칠갑산을 호령하였다. 굵어진 빗줄기가
진눈깨비로 변하여 오르는 사람의 기분을 을씨년스럽게도 한다.
옆 사람은 도로 내려가고 싶은 심정인 모양이다. 나는 "오! 정말 풍경 조타'하고 독려한다.

중간지점의 휴식처 팔각정에 도착하니 옷이 흠뻑 젖어 있었다.

2층으로 올라서서 서로 털어 주면서 "어! 제법 오네"하며 위로하고 있자하니,

 애들 여러 명이 우러러 몰려와서 한바탕 떠들더니 바로 잽싸게 정상으로 향한다.

우리도 올라갈까? 눈빛은 반기지 않지만.

제법 경사가 가파르기 시작하면서 눈바람은 힘을 더 주고 날 세게 우리를 덤비고 있다.

옆 사람의 입가는 눈바람을 바로 맞으며 불평에 강도를 조금씩 높이고 있다.

"아까 그냥 내려 가자 고 하니 흥!" "이 사람아! 이제 거의 다 왔어.

좀만 더 가면 정상이야! 아니 용이 올라오니 승천치 못하게 시험하고 있는 모양이지.

나 호랑이가 오르면 잠자게 될 거야! 좀만 참고,

이왕 온 거 정상에 오르고 가야지 보람 있지 안겠는감!" 난 용에 氣를 넣었다.

정말 정상 가까이 갈수록 눈바람은 더욱 세게 휘몰아치고 깍 아 지른 작은 바윗돌 부리는 무섭기까지 하였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기후는 우리가 오르기를 막기라도 하겠다는 모양으로 기를 꺽어 놓으려고 한다.

우리는 손을 마주잡고 한 걸음씩 한발자국씩을 떼어놓으며 정상으로 향하였다.

의지에 한국인을 보여 주기라도 하겠다는 모습으로

의지를 보여 가며 네 발로 걷다시피 하며 눈보라 속을 헤 메며 오르고 또 오르고 있었다.

높지도 않은 그 정상을 힘겹게 오르면서 칠갑산의 진수를 우리는 맛보고 있었다.
올라서고 보니 흰 하늘만 휜 히 보일 뿐,

정상에는 이렇다 할만한 정상의 용 두는 보이지 않았고 칠갑산의 찬바람만 세차게 우리를 맞이하였다.

그래도 어디냐! 위에는 아무것도 없다.

우리가 여기서는 제일 높지 않겠는가? 높은 곳에 있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그 기분.

우리는 썰렁했다. 당장 내려 갈 것이 고민이다.

"흥! 아까 그냥 바로 내려갔으면 됐지"하며 투 덜되기 시작했다.

"이 사람아! 그냥 슬슬 조심해서 내려가면 돼.

아직 미끄럽지는 않아! 걱정 마 내가 잡아 줄 테니" 우리는 조심조심해가며 발을 옮기고 눈짓으로 감 쌓다.

가파른 비탈길을 거의 다 내려오니, 언제 그랬냐고 하듯이 눈바람이 멈추면서 햇빛이 쨍하였다.

정말 천국이 따로 없을 것이다.

산 정상으로부터 산중간 오솔길까지의 눈꽃가지의 절경은 무엇으로 형용하랴.

 단풍으로 물들이 운 그 위로 하얀 눈가루를 덮어 온천지가 하얗게 꽃을 피운 천지가 되었고 나.

정말 올해 첫눈을 칠갑산에서 만났는데 이제 그 눈이 하얀 꽃으로 물들어져 나를 한 폭에 그림 속으로 넣어 버렸구나.

정말 아름답구나!

 우리는 흐뭇한 표정으로 발길을 옮기면서 산길 숲 사이의 안개 속을 헤쳐 내리며,

 아마도 산중에서 산신령이 저벅 이고 내려오듯이 만 가지의 멋으로 내려 왔으리라.

그렇게 아까 와는 달리 가볍게 노랫말을 더듬으며 '칠갑산 산마루에 ~~~'읊으며 부르며 즐거워했다.

나는 이곳 칠갑산의 짧은 시간 속에 칠 갑의 움직임을 느끼며 보았노라.

비를 맞이하였고, 또 눈비를 맞았으며, 번개가 지나 가 더니, 천둥이 울었으며,

함박눈이 때리고 눈꽃을 피우더니, 쨍 한 햇빛이 눈부시게 비추어 ,

우리를 안개 속으로 밀어 넣었도다. 정말 명산에서만이 할 수 있는 연출이었을 게야!

과연 칠갑산은 명산이로다.

나는 명산의 칠갑산을 뒤로 한 채, 귀 경 길로 올랐다.

집사람은 온 길로 가지말고 안 가 본 길로 가잔다. 바로 서해안을 말하지 않는가.

가다보니 이정표에 대천해수욕장이 눈에 들어 온 다.

옆에서 가을바다 구경하자고 꼬리를 치네. 어쩔 수 없는 듯

나는 그곳으로 바퀴를 굴렸다.

별로 없을 거란 생각은 착각이었다.

많은 사람이 여름인양, 바닷가를 누비고 있었다. 등산화를 신은 채,

바닷가를 걸으니 아주 맞춤이라 여겨졌다.

갈아 신은 집사람만 모래 속에 쑥쑥 빠진다.

푸른 바닷가의 지평선의 평온한 모습. 오늘 하루의 피곤이 사라졌다.

적당히 걷고 간판을 둘러 한집을 골랐다.

곳에서 더욱 느낄 수 있는 해물잡탕으로 청하 한잔을 곁들이며 골라 주는 데로

열심히 맛들을 음미하며 배를 일으켰다.

자! 출발이다. 보령에서 서해안고속도로로 올랐으나 얼마 못 가 막혀버려

샛길로 해서 청 양, 홍 성, 예산, 아산, 평택으로 하여 까만 밤 속으로 나는 차를 몰았다.

 옆 사람은 으레 히 하는 버릇 데로 타면 자고,

서면 먹을 것 찾아 먹어대면서 미안한지 한 입씩 넣어주며 잘도 자고 먹어 가면서 함께 했다.

 나는 그래도 집사람과 함께 한 1박2일의 여행을 보람으로 느끼며 흐뭇한 미소와 함께 마무리하고 있다.

"이보게! 언제 3억 벌어 이자 가지고 놀러 다니겠나? 애들 다 컸겠다. 그

래도 힘있을 때 다녀 봐야지. 이젠 삼십 만원만 생겨도 함께 가는 거다.

" 우리는 그렇게 서로 마주보고 웃으며 서로 위로 해 가며,

이번 여행을 통해 우리는 마음에 여유를 심을 수 있었다.


"또 날 잡아 보소!"

2002.11.05 칠갑산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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