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 10호. 배효철작.
인생은 무엇으로 사는 가?
배효철
흔히 인생을 논 하고자 하면,
남자들은 의례 한잔들 걸치고
게슴츠레 한 눈빛으로 난 어떻게 살았느니,
어떻게 살아야 하느니 하며
제각기 자신이 처한 입장과 생각을 줄기차게
옆에서 듣던 말 던 고래고래 소리 질러 가며
외쳐들 보는 게 인생의 장르이며
그 스토리가 아니겠나
물론 나도 예외가 아니다
다들 제 잘난 맛에 산다고 하는 얘기 일거고,
나는 잘났다고 생각한 날 보다는
못 났구나하고 생각한 날들이 더 많은 게 아닌가?
하고,.. 인생 끈 이만큼 오게 되니,
한층 더 그런 저런 생각에 빠져들곤 한다
과연 지금까지 무엇으로 어떻게 살았는가?
하고 생각하면 할수록 부족했던 많은 생각들이
가끔 나를 몸서리치게 한다
그래도 요새는 아이들 세 놈 다 대학 마치고
다소 맘에 여유 갖게 되니,
별로 남보다 잘 한 것도 없이
부족 것 투 성이었는데도,
그래도 그런 데로 자식들이
다 맑은 정신과 건강한 모습으로
나름 데로 자기 자신 채우고 있는 모습 보면
대견하고 흐뭇하기도 하다
그래! 이렇게 위로 받고 싶은 게 나의 인생일까?
그렇게 큰 욕심이 없었는데도, 그래도 요즘 난 남자로서
삶이 어찌 이렇게 작아 보일 까라고 생각하며
거울 속으로, 나인 나를 쳐다보곤 한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한잔 마시며
친구 놈들에게 이렇게 얘기 했다면
" 그 자식! 행복한 소리 하네"하고
욕들이나 퍼 붓겠지만,
그래도 나보단 내 친구들은 하나같이 꾸준하게
전문성 갖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온 좋은 친구들이다
난 예전에도 흔히 주위 사람들에게
인생에 대해 얘기하게 되면, 곧잘 이런 논리로
주위에 설득 얻곤 하여 검증된 바는 없는 얘기이겠으나,
"인간이 태어 날 때 하늘에서
그릇하나씩 받고 태어나는데, 사람에 따라 그 그릇에
차이가 다소 있겠으나 거의 대동소이하며,,
다만, 그릇 용기에 담기는 내용이 각기 차이가 있다
그 내용물이란,, 인간이 살아가면서 행해지고
얻어지며 또 잃어버리는 많은 물질들과,
각기 나름대로의 형체들,
한글 사전 속에 들어 있는 수많은 단어들로서
사랑,돈,명예,부모,형제,아내,남편,자식,건강 ,친구들,
제 각기의 능력 등으로
그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 등,
수많은 이러한 요소들이,
어떤 것들이 많이 담기면,
어떤 것들은 적게 담기고
또 어떤 것이 적게 담기면
또 다른 게 불어나게 되는 게 인생이며,
그게 인간에 한계란 거다." 라는
강의 아닌 강의를 늘어놓곤 했었다
지금도 이 논리는 크게 변함은 없다 만,
이런 얘기를 할라치면
우리 집사람
그릇이 작더러도
또 어떤 것이 적어지더라도
돈 한번 많아 봤으면 좋겠어요, 라며
핀잔주는 눈치에 입막음 할 양으로
"이 사람아! 얻는 게 있으면
또 그 만큼 잃는 게 있는 거다
그저 자기가 갖고 있는 것만큼이라도
잘 아끼고 귀하게 여겨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 게 더 중요한 거다."
라고 응수로 대신 한다
과연 나도 이 맞대응한 응수에 만족한 답일까?
그저 머리를 끌쩍끌쩍 할 뿐,
아직도 정확한 묘수의 답을 찾지 못한 채,
남아 있는 나의 인생의 임기를 그런대로 ,..
극히 훌륭치 못해도 최선을 다해 건강한 남편으로,
또 자상한 아비로서 그저 묵묵히 수행하고자 한다
친구들이여!
우리 언제 나이 이렇게 먹었나?
어릴 적에 어르신들이
" 얘들아! 난 나이가 들어도 맘은 청춘 이란다"
말씀하시면 "그 분 참 주책이시 구만" 라고 했었는데,
이보 게 우리가 그 차례가 되었도다.
우리 주책 많이 떨지 말고 살아야 하는데,...
그래도 이 사람들아!
친구 만나 한잔 할 적에 잘 살았던,
못 살았던, 우리 술안주 주 메뉴는
서로 어릴 적 같이 놀던 때, 장난치던 얘기와
이론도 없는 격론의 인생 토론이 아이겠나?
친구들아! 너들 희끗희끗한 머리 들이밀며,
곡차 몇 잔에 취기가 돌아
서로를 퉁 잡아가면서 인생토론의 장을,
이 타령 저 타령으로 분위기 함께 잡을 때
우리는 진정한 인생을 함께 말 할 수 있지 않겠나?
야! 우리가 남이가 친구 아~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