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7

옛정 머금고

옛정 머금고 배효철 가을 속 헤집고 마냥 신들린 춤사위 펼치며 물 들은 잎 사이로 서로 뺨 부벼 뛰노는 가을것들 눈에 훔쳐둔다. 환하게 미소하는 빛은 조용히 그물을 당기고 언제만인가? 딩굴어 재주하는 놀이꾼 아이들 보며, 오랜만에 정겨움 짙은 친구 기다리다 공원길 한 켠, 우두커니 회상하며 스쳐 지나는 갈바람에 흠 취하고 있다. 수 세월 지난 만남에도 얼마가 아닌 듯, 그저 웃던 대로 웃고 있다. 한창일 때 정신없이 파고 뛰며 달리고 싸워가며 이겨 내겠다고 그때 함께 한 친구가 아니었나? 우연찮케 건 전화 한 통화! 긴 시간의 공백도 아무 소용 없는 듯, 나는 그때를 미소하며 갈대를 일으킨다. 어쩌면 공백의 시간이 더 많은 흥분과 설렘으로 행복을 안기려 하는지 먼 발취의 친구는 손을 흔들고 나는 그때의 ..

사철 맛

사철 맛                              배효철후즐근한 땀 흘리며이 열기 언제쯤 빠질까흐르는 줄기를 더러운 듯 씻었는데때맞추어 찾아주는 절기는제대로 뚝심이 있다 후끈한 헉헉거림이 있었기에산을 타고 넘어오는시원함이 더 반갑지 않겠는 가즐김이 탓보다 나으리라이 또한 느낄 만하면바로 찾아오는 게 몸을 감싸게 한다 여름이면 여름이어서 좋았고가을은 가을이어서 좋고겨울이면 또 어떠리봄은 어김없이 찾아주는데나는 오늘의 이날을 그저 즐기리라.

가을은 너울을 벗고.

가을은 너울을 벗고                                                    배 효 철    늘 푸르름 건장하던 우리 마을 정자나무오늘 이 가을이 준 그 영혼은 싱그러움 보내버리고 그냥 서 있다늘 곁을 지키던 잎 자락들 하나 둘 떠나보내고자락이 펴 준 시원한 평상에서 놀던 나그네들이 아른 하다   그래도 풍요하던 자태가 엊그제인데이제 아름다움 노래 할 가을이 지나쳐앙상하게 너울을 벗고 깊숙한 가을 끝자리에보기도 딱한 엇가지들만 엿보고 있구나기나긴 세월동안 마을 지키겠다고한결같이 노래하며 으름장까지 곁들였는데이제 예쁘게 물들지 못한 가을 잎가지들 한탄하며그토록 허망한 겨울 맞이하려 하는구나   한 때 풍성하게 자리 깔고 베개 베고 누워한자리 하게 하였던 나그네들의 보금자리..

기다려지는 가을

기다려지는 가을                                      배효철   한줄기 빗줄기 뿌려주고하늘 어두운 채 그대로다장마 지나고 늦게 찾아 온 된바람몹쓸 놈의 줄기까지 엮어 와우리 금수강산 이웃동네를아주 쑥대밭 만들어 놓고아직 부족한 건지이른 아침 반갑지 않은빗줄기 뿌리고 있어주니여간 밉지 않는구나   몹쓸 놈 횡포의 상처언제쯤 아물 수 있을 런 지?모두 걱정 찬 소리여기저기 하건만 그것도 눈치 못 챈무리들 여전하고정신없이 열어 둔 난도질끗발 앞에 풀어두고줄 세우기도 그리했으리라아직 부족하다 기다리라씩씩거린다바람 난 덜 풀린 불쌍한 님   가을이 기다려진다어쩜 그때쯤이면 좋은 일들이생겨 질 것 같아 기다려지네하늘에서 뿌려주면 주는 대로지들 잘났다고 떠들면 떠드는 대로힘줄 많아 줄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