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미소가 눈을뜰때-시인 배효철

옛정 머금고

배효철 (여산) 2022. 10. 27. 19:48

                    옛정 머금고
                                                          배효철
 
가을 속 헤집고 마냥 신들린 춤사위 펼치며
물 들은 잎 사이로 서로 뺨 부벼 뛰노는 가을것들 눈에 훔쳐둔다.
환하게 미소하는 빛은 조용히 그물을 당기고 
 
언제만인가?
딩굴어 재주하는 놀이꾼 아이들 보며,
오랜만에 정겨움 짙은 친구 기다리다
공원길 한 켠, 우두커니 회상하며
스쳐 지나는 갈바람에 흠 취하고 있다.
수 세월 지난 만남에도 얼마가 아닌 듯,
그저 웃던 대로 웃고 있다.
 
한창일 때 정신없이 파고 뛰며 달리고 싸워가며 이겨 내겠다고
그때 함께 한 친구가 아니었나?
우연찮케 건 전화 한 통화!
긴 시간의 공백도 아무 소용 없는 듯,
나는 그때를 미소하며 갈대를 일으킨다.
 
어쩌면 공백의 시간이 더 많은 흥분과 설렘으로 행복을 안기려 하는지
먼 발취의 친구는 손을 흔들고
나는 그때의 젊음으로 돌아가려,
서로 잊혀 지나간 시간은 별 문제 없다.
마주 잡은 손아귀 힘이 조이고
지금 같이하는 시간이 그때로 돌아가
눈 시뻘겋게 힘 주어 웃고 있다.
 
침 튀기며 논쟁하고 서로 자신을 살리려 어깨를 견주었던 그것마저도
깊은 정으로 남았었나 보다.
오랜 시간의 지난 만남의 기쁨이 단풍에 젖고
감추지 못하는 흥분은 그때 그대로다.
힘주어 말하던 그때처럼 또 정신없이
그들의 얘기로 그때 쓰던 말 그대로
마구 해 댄다.
나는 이 친구 덕분에 청년이 되었다.
불끈 솟는 불꽃 같은 화살이 용솟음 친다.
옛 정이 다시금 나를 일으킨다.
 
친구야! 행복한 시간이었다.
내일을 모르는 우리에게 서로 건강 빌어주고
안녕을 기약하고 허락하는 시간이 주어지면
또 열정을 맞추어보자.
 
나는 그곳에 옛 정을 두고 머금은 채, 손을 흔든다.

 

'(시)미소가 눈을뜰때-시인 배효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 선물  (0) 2022.12.06
가을 잎 넋두리  (0) 2022.11.08
단풍 든 할배  (0) 2022.10.20
애오라지  (0) 2022.07.31
사랑  (0) 2022.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