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미소가 눈을뜰때-시인 배효철

가을은 너울을 벗고.

배효철 (여산) 2016. 11. 23. 21:16

 



           가을은 너울을 벗고.

                                                         배 효 철

 

늘 푸르름이 건장하던 우리 마을 정자나무

오늘 이 가을이 준 그 영혼은 싱그러움을 보내버리고

그냥 서 있다

 

늘 곁을 지키던 잎 자락들을 하나 둘 떠나보내고

자락이 펴 준 시원한 평상에서 놀던 나그네들이 아른 하다

 

그래도 풍요하던 자태가 엊그제인데

이제 아름다움을 노래 할 가을이 지나쳐

앙상하게 너울을 벗고 깊숙한 가을 끝자리에

보기도 딱한 엇가지들만 엿보고 있구나

 

기나긴 세월동안 마을 지키겠다고

한결같이 노래하며 으름장까지 곁들였는데

이제 예쁘게 물들지 못한 가을 잎가지들을 한탄하며

그토록 허망한 겨울을 맞이하려하는구나

 

한 때 풍성하게 자리 깔고 베개 베고 누워

한자리 하게 하였던 나그네들의 보금자리

우리 마을 정자나무였는데

 

맑은 공기 사라지고 황사에 몸부림치며

마지막 잎 새에 기대어 늦게 변해버린 가을 원망하며

홀연하게 서 있는 그 자태가 초라하기도 하다

 

겨울맞이 하겠노라 거들떠보지 않는 나그네들이야

어찌 하겠냐 마는 참으로 야속하다 말하기가 안타깝다

 

그래도 쉬어 지냈던 우리 정자나무에

거적감기 라도 해 준다면 오죽이나 좋겠나

 

맹공으로 퍼붓는 겨울 눈보라는

아직도 봄이 있다는 것을 알지도 못하고 있는데

 

그래도 우리 마을 정자나무에

기꺼이 봄이 찾아 줄 것을 기원하고

또 기원 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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