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간 살다보니 이러네
배효철
사는 게 다 이런 건지는 몰라도,
어느 정도 살았다 싶으니,
그저 미안한 일이 더 많네
사는 게 다 이러하지는 아닐 진데,
나만이 느끼는 그런 삶인 가
집사람한테는 늘 편안하게 해 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아이들한테는 좀 넉넉하게 못해주니 미안하고
친구들에게는 잘 나가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또 미안하고
이래저래 미안한 것들이 더 많으니
나는 참으로 딱하도다
그럴싸하게 잘 풀리어, 여편네 육중한 몸매에 뭐 빛나는 거
몇 개 걸치고 자랑 좀 하고 다니게 해 주고
아이들 저 하고 싶은 거, 제대로 하게 팍팍 밀어 주고
친구들한테는 그저 편안하게 베풀어 줄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재미있는 삶이 아니겠는 가
어찌 오늘따라 편한친구 만나
작은 선술집에서 소주한잔 나누고 싶네
그러한데, 누구는 거리가 있어 번거럽게 느껴지고
어느 이는 성가실 것 같아 그러하고
뭐 이리저리 따져보니, 나 참 한심하게 느껴지네
그냥 딱 전화해서 “어이! 한잔하자. 나 와!”
이렇게 아무것도 따질 것 없이
편안하게 부를 친구가 없네.
그것 또한 누구의 잘못인가
모두가 내 탓이로다.
이천팔년, 팔월 33도가 넘는 어느 날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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