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미소가 눈을뜰때-시인 배효철

얼마간 살다보니 이러네.

배효철 (여산) 2013. 4. 7. 12:11

   



        


              얼마간 살다보니 이러네

 

사는 게 다 이런 건지는 몰라도, 어느 정도 살았다 싶으니,

 그저 미안한 일이 더 많네.

사는 게 다 이러하지는 아닐 진데, 나만이 느끼는 그런 삶인 가

 

집사람한테는 늘 편안하게 해 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아이들한테는 좀 넉넉하게 못해주니 미안하고

친구들에게는 잘 나가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또 미안하고

이래저래 미안한 것들이 더 많으니

나는 참으로 딱하도다.

 

그럴싸하게 잘 풀리어, 여편네 육중한 몸매에 뭐 빛나는 거

몇 개 걸치고 자랑 좀 하고 다니게 해 주고

아이들 저 하고 싶은 거, 제대로 하게 팍팍 밀어 주고

친구들한테는 그저  편안하게 베풀어 줄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재미있는 삶이 아니겠는 가

 

어찌 오늘따라 편한친구 만나 작은 선술집에서 소주한잔 나누고 싶네

그러한데, 누구는 거리가 있어 번거럽게 느껴지고

어느 이는 성가실 것 같아 그러하고

뭐 이리저리 따져보니, 나 참 한심하게 느껴지네

 

그냥 딱 전화해서 “어이! 한잔하자. 나 와!”

이렇게 아무것도 따질 것 없이 편안하게 부를 친구가 없네.

그것 또한 누구의 잘못인가

 

모두가 내 탓이로다.

 

                 이천팔년, 팔월 33도가 넘는 어느 날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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