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말을 하네.
배 효 철.
시가 말을 하네.
소실 적, 글쩍 그려놓은 글이 부끄럽다고
노트 한 켠에 묻혀 두고는 나름 안타까움에 곁눈질만 해대다가
여러 해를 훌쩍 보내 버리고
그 마저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려 별 관심도 안 두더니,
다시금 깨울 생각은 정작 해 보지 못하고
보내 버린 것들만 허망하고 있더라.
아~ 저 가슴속에 담겨 있는 것은 왜 몰랐던고.
또 시가 말을 하네.
바삐 산다고 영영 보내 버린 줄만 알았던 영혼들이
자식들 농사에 함께 들썩이다가 애들에게 마누라에게 친구들에게
선물 한답시고 잘도 고리를 엮어가며 노래한다.
줄 창 써내려온 어린 글들이 제법 모습 갖추어지고
좀 어른스럽기는 하다만,
아직도 못 내 아쉬움이 남는 건 무엇 때문인가.
그래도 품위는 좀 없어도 멋 내어 본다고 이리저리로 헤집고 다녀,
덕에 큰맘으로 작은 시집하나 꾸며 선보이기도 했네.
그래도 시가 말을 하네.
바쁜 인생, 길 따라 보내고 그림 그리고 노래하고 이리저리 나대니
무언가 가슴을 울리고 멀리 보내버린 것과 없는 폼 잡아본 것이
좀 안쓰럽기도 하여 킁킁 하고 있을 적,
우연히 찾아 준 좋은 벗 만나 권하니, 그때서야 고개 번쩍 들고
너를 찾는구나. 아직도 주어진 시간과 사랑과 정열은 넉넉하다.
그간 머리 희끗하고 주름살 베긴 만큼에 나는 풍요하기도 하다.
이제야 제대로 글 좀 써 볼만 하겠구나.
여태 멀리가지 않고 옆에서 지켜준 글들아! 고맙다.
201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