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잔 영
배효철
침실 창가에 앉은 달빛 그림자가
동녘 기다리고 있을 즈음에,
문안 해 줄 여명이 찾아주지도 않았는데
버릇없는 눈은 까풀 일으키고
드리운 그림자 사이 찬찬히 훌 터보네
세월 속에 안기어 버릇처럼 되어버린
주인 바뀐 문안 인사에
때 이른 창 열기놀이
심통 부리기 안쓰럽기 하곤 해서
슬그머니 여닫이 닫고 나머지 청해 보자
잔영 속에 빠진 우주공간은
줄줄이 엮어 놓은 인생 파노라마에
몸 유유히 맡기고 만감의 세계를 헤치며
긴 여로의 자국 서서히 더듬는다
무엇으로 살았으며,
또 그 무엇으로 답 얻었는가?
형형색색으로 물들어지고 어우러진 공간속으로
미끄러지듯 유영하며 다시금 헤아려 본다
삶의 모퉁이에서 서서
이정표가 희미해지거든
그저 살며시 눈 감아 보라!
영혼의 시나리오가
연출 없는 드라마로 마중하며 너를 깨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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