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 산책길에서
배효철
추석을 지나, 한가함이 찾아 준 이 날!
늘 즐겨 걷는 산림욕장 산책길을 찾아 나선다
육십 중반, 늙은이도 아니고 젊은이도 아닌,
어중간한 할배가 이쪽도 아닌 저쪽도 아닌
세월의 틈 사이에 끼워, 한가로운 짓거리를 해본다
즐겨할 수없는 백수에 화백 자 갖다 부쳐,
흉내 낸다고 서양화 붓을 갈겨 되니
화백이 된 건,당연지사 일거다
누군가의 말씀에
^ 성공한 사람보다는, 가치 있는 삶을 살어라!^
라는 어른의 말씀이 새삼 가슴 젖시어
요즘의 나를 깨워 마음을 얹고,
못다 배운 것들에 재미를 보태어 가며,
나는 나의 가을을 살찌우고 있다
월요일에 가는 합창이 즐겁고,
월, 금으로 배우는 우리민요 소리교실이
예전 아버지께서 자주 부르시던 노래가 있어 더 정겹고,
화요일에 큰 화판을 양손에 들고,
일주일 내내 그린 그림 지도 선생님과 색감과 구도 갖고 한판 한다
집사람은 물론이고, 아이들에게나
친구들에게도 그저 마구 세월을 까먹는
늙은이가 되지 않으려고
나는 오늘도 이 산책길을 걸어며,
하루를 위한 맑은 오존과 햇빛과 푸르름 즐기며
두 다리에 힘을 함께 키워 본다.
- 광교산책로 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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