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비명
배효철
풀꽃 비명
앞지른 듯 달리는 서릿발
찬찬히 앉으며
제 자리인 양 뿌리 덮는다
홀로 발길 옮기는 것도 아닌
무리에 쌓여 있어도
어둠 색깔 짓 누이고
혼자 떨기 몸서리친
한창때 눈치 못 넘겼던 뜀박질
돌아본 날 새벽이슬
찬바람 깨워 눈 비비고
세상사 살아봐야 알 것 안다는
차마 말 던지고 묻혀있기 싫어
눈물 얹어두고 고개 떤다
소설 찬바람 대설에 어찌 넘기려나.
- 문학과 비평 2023년겨울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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