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미소가 눈을뜰때-시인 배효철

나를 할아버지로 만들어 준 첫 손녀 다윤이.

배효철 (여산) 2013. 4. 7. 12:01

   

       

     * 나를 할아버지로 만들어 준 첫 손녀 다윤이.

                                                                                            


큰딸 리나는, 항상 나에게 인생의 새로운 맛을 보여 주는 아이가 된다.

 아이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첫 경험들을 이 아이로부터 느끼며 즐기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시집을 보냈는데도 시집이 가까운 곳에 있는 터라,

덜 허전하게 지내고 있으니 그 또한 나쁘지는 않는 듯,

언제부터인가 딸아이의 배가 슬슬 불어 오르는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가 드디어 엄마가 되는 구나”하면서 약간의 설레 임과 함께 기대가 되었다.

만삭이 되어가는 딸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흐뭇하기도 하고,

이제 곧 할아버지가 된다고 생각하니 좀 섭섭한 기분도 없지는 않았으나,

자연스러운 나의 인생 현상에 순종키로 하였다.

 

딸이 출산휴가를 얻어 몸조리 겸해서 우리 집으로 와, 출산준비하고 있는 터에,

예정 날짜가 아직 남아 있어, 우리부부는 사위와 딸에게 이것저것 일러주고,

늘 함께 여행 다니던 기옥부부와 같이 치악산으로 여행을 떠났다.

 

집사람은 약간 불안해하는 듯하나,

나의 특유의 고집으로 “아직 예정일이 남아있는데 뭘 걱정하느냐고!”하며 강행을 했다.

그날은 사돈댁 작은 아들 결혼식이라 식장에 참석하여 축하인사를 드리고,

오후에 출발한터라 미리 예약해 둔 “치악산관광호텔”에 도착하니 이미 저녁시간이 다되었다,

여장을 풀자마자 미리 봐 두었던 한우고기 집으로 직행, “역시 한우 맛이 좋으니 어쩌니 하면서”

거나하게 한잔 나누며 흐뭇한 마음으로 여행 전날 밤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 아직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시간인데,

내 핸드폰이 울리면서 우리 큰사위의 우렁찬 목소리“ 아버님! 리나가 딸을 낳았습니다!”

“오냐! 수고했다. 다들 건강한 가?” 이것저것 안부 묻고 한바탕 박수치며 흥분하고 그렇게 좋아했다. 헌데

집사람 눈치가 어찌 이상하네, 한편 좋아하면서도 나를 원망하는 듯한 그 얼굴!

 

아뿔싸! 출발할 때부터 좀 망설이긴 했지만, “리나 야! 너 애비 여행 보내놓고,

 비상 걸지 마라!” 농 하면서 강행한 나의 오판!! 지금 생각하면 딸에게 좀 미안한 생각이,.

그렇게 나의 첫 손녀는 나를 찾아 왔다.

 

치악산 문턱만 구경하고는, 고속도로를 최고속도에 줄을 긋고,

달려 와 병원에 있는 딸아이를 만나니 그 기쁨 또한 감격이 함께 하게 했다.

그로부터 보름 후, 딸은 조리원에서 몸 조리 차,

우리 집으로 예쁜 아기 손녀를 데리고 입성하게 되니, 예상치 못한 우리들의 전쟁은 시작되었다.

 

나는 아이 셋을 낳아 키웠지만, 그리 힘들었던 기억은 별로 없다.

아침 일찍 출근하고 주로 늦은 시간에 퇴근하다보니 아이들이 어떻게 먹고 자고 했는지?

낮과 밤이 바뀐 리나를 시간 바꾼다고 고생한 일 말고는 그냥들 잘 자라 준 것 같다.

 

근데 어찌된 일인지, 한 시간 내지 두 시간 간격으로 일어나고 울고 젖 먹고 놀고 하는데,

저 어미인 딸과 우리 집사람과 나, 이렇게 세 사람은 그냥 누렇게 떠다.

아이가 일어나면 다 같이 일어나고, 자면 다 같이 잔다. 이게 한 보름간의 우리들의 생활이다. 

정말, 아이를 키운다는 것! 오직 정성과 그윽한 사랑이 아니고서야,..

내 아내를 다시 한번 쳐다보며, 돌아가신 내 어머니도 생각하게 한다.

 

이렇게 나를 일깨우고 사랑의 숭고함을 가르쳐 준 나의 첫 손녀! 그가“다윤”이 이다.

 

지금에야 이렇게 이야기 하지. 그 기간 중 나는 완전히 손녀에게 점령당한 상태에서

온 집안이 아이용품들로 방과 방이 점령당하고, 내 일과도 엉망이 되어 버렸는데 불구하고,

한편 사랑스러움에 미쳐, 아마도 내 스스로 점령당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 달포가 지나, 막상 집으로 간다하니,

처음에는 그러라고 했지만 서서히 안정을 찾자 좀 있다 갔으면 하기도 했다.

이제는 내가 그들을 찾을 핑계를 만들어, 휘파람을 부르며 달음질 한다. 우리의 이뿐 “다윤”이를 만나러 간다.

 

며칠 전, 드디어 “다윤”이의 “백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사돈댁 식구와 우리식구들과 단출하게 모여 “다윤”이의 백일축하파티를 열었다. 정말 흐뭇한 날이 아닐 수 없다.

백일동안의 많은 일 들! 너무나 많은 것들을 새롭게 만나고 경험한 날들이다.

이제 백일의 의미를 한 번 더 되새기며, “다윤”이의 건강한 나날을 기약한다.

 

나는 지금 그 아이의 전용 사진기사가 되었다.

 

                      2007. 2월 다윤이 백일을 지난 며칠 후,

                                                 할아버지 배 효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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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윤이를 얼러면서 지은 나의 다윤이 송.

 

   * 다윤이 송

                    배효철 작사

사랑하는 다윤이

행복한 다윤이

 

사랑하는 다윤이

우리들의 다윤이

 

착하고 아름다운 우리들의 다윤이

총기있고 명랑한 우리들의 다윤이

랄라랄라!

 

사랑하는 다윤이

행복한 다윤이

 

사랑하는 다윤이

우리들의 다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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