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걸치고
배효철
오랜만에 강렬히
내리쬐는 햇볕 참 좋다
우중충한 그늘과
을씨년스럽게 풍파 하던
궂은 날씨 아니었나
활짝 갠 하늘 아래
산책하는 발걸음
큰 나무 가지가지 위로
나를 걷어 올린 채
활짝 핀 햇볕으로
풍성하게 말린다
발걸음 한결 가볍다
축축해져 있던 몸둥이
찬란한 빛이 주는 햇살로
가지마다 걸쳐 말려 둔
발걸음 지나며 어깨 걸친다
아직도 어둠 속 노래하며
깜깜한 공간 즐겨 노는 것들
검은 무리 파먹고 사는
세상엔 그것밖에 없는 줄 아는
어둠의 자식들
걷어 둔 햇볕 갖다주고 싶다
빛으로 만든 영롱한 아름다움
던져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