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배효철
나는 연이다
하루 종일 가족의 끈에 매달려
풀었다 감았다 쉴 날이 없다
아침이면 직장에 나가 시달리고
저녁이면 은행에 들리고
밤이면 가족의 끈에 끌려와
목줄을 맨다
과거로부터 연결되어있는 끈
보이지도 잡을 수도 않는 끈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줄이다
살아가면서
무엇을 버리고 취할 것인가
생각한다
머릿속에서 메모장을 꺼낸다
어느 것을 적어 넣고
어는 것을 지울 것인가 생각한다
기억에 남기고 싶은 사람도
지워버리고 싶은 사람도
모두가 한때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이 아닌가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나에게 당근이 되고 쓴 약이 되었던
사람들이다
머릿속에 메모장을 지우고
한 폭의 수묵화를 그린다
해묵은 매화나무를 그리고
끊어질듯 이어지는 가지에
꽃을 그려 넣고
그 옆에 항로를 그려 넣어
인연을 완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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