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정
배효철
고요와 적막이 감싼 안개 길
고독함에 젖은 노신사 모습으로
스스로 찾은 아득한 굴속에
한껏 취한 감성의 줄기를 탄다
즐겨 찾는 길이 아닌데도
오늘은 혼잣말도 없이
그냥 묵묵히 걷고 있다
누군가 자신을 불러 줄 것 같은 마음에
까마득한 가슴속 깊은 수렁은
오늘의 얘기만은 아닌데도
낭길 끼고 또 걷는다
할 말은 많으나 가슴깊이 묻어두고
한 순간도 잊은 적도 버린 적 없는
오래전에 얘기를 잊은 척 지난 일들
힌 여울에 담가 둔속에는 아직도
혼자만의 따뜻한 사랑이 숨겨져 있었구나.
*낭길; 낭떠러지를 끼고 난 길.
힌 여울; 물이 맑고 깨끗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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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채화 4호. 배효철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