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2

빈 가슴

빈 가슴                                        배효철 사랑 얻으려 나는 우네 들어 주오, 풀잎들이여나의 보송한 소리 무릿매질 한 바람들아한겨울 내내 나의 배고픔 다릿목 버린 것들아 눈물 닦던 나의 옷고름이여차라리 다 잊고 죽으리라 부르던 노랫말들이여나는 운다더 이상의 침묵으로 속죄하지 않으리라 얻지 못한 님의 영혼을 그대로 덮어두려 하네가엾은 내 사랑의빈 가슴에 갇혔네.   (기형도 시집 입속의 검은 잎> 중 77쪽 빈집 패러디 작.)

묻혀버린 시간

묻혀버린 시간                                     배효철   한참 동안 지나쳐 버린아련한 시간 영혼 속가슴속 헤집고 비비며   창밖으로 흘려보낸 언제인지 몰라도기억 속 못된 시곗바늘 틈으로 숨은 씨앗들나를 찾지 못하고 숨죽인 채넘겨져 버리고 마는 것이다   하늘 수놓은 기억들 엮어서 만들어 놓았던 시간도아픈 상처 달래려고 늘어놓았던 노랫말 담긴 시간도편하게 웃으면서 주고받던 화담 속 시간도보듬어 안고 향기 퍼 주던 아름다웠던 시간도   옛 그림자 조각 되어 시간에 묻어 놓고흐름 속 자리하고 있어도 다 잊은 척,지금 흉상 되어 가욋사람으로 있다   숨소리 뼈아픈 눈부처 되어 말도 없고아무런 미소도 없다추억이라는 그림자 노을 속 빨려 물들어 버리고향수 뿜어 수놓았던 즐거움 색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