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미소가 눈을뜰때-시인 배효철
겨울 내복
배효철 (여산)
2017. 3. 23. 13:45
겨울 내복
배 효 철
한번 차려 입었다 하면,
가는 세월에도 멋모르고
내려놓을 줄 모르는 게 겨울 내복이다
춘 삼월이다
이때가 되면 헤어짐이 당연한데
시기를 택함에 혼동이 오고
이제나 저제나 하며
무슨 큰일 앞두고 골몰하는 것처럼,.
지난 주말쯤에 온전히 봄님께서 찾아 주신 것 같아,
한철 동거 동락했던 이를 벗어 던졌더니,
겨울은 새론 님 맞이하였는지,
떠나는 님 싫어서 인지,
보채는 님 아쉬워서 인지,
하루사이에 멀쩡한 사람 난감하게 하네
벗어던진 다음 날
바로 고뿔 기운이 있어
집사람에게 전하니 괜한 퉁만 돌아왔네
도로 던져놓은 겨울을 찾을 수밖에
대체 계절 줄타기하는 이는
무슨 심사가 꼬여서 인지,
사람을 낭패스럽게 하는 가
도로 찾은 이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찾아주신 듯한,
봄님에게도 송구스럽기도 하다
참으로 겨울 내복의 뚝심은 변함이 없는데
계절타기의 변덕은 삐친 여자아이처럼
종잡을 수가 없구나!
- 문학과 비평 2023.겨울호 게재.